VR 시공간 ‘크로노토프’로 매개되는 최성 작가의 고민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팬데믹 시대의 현재적 미술을 말하다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팬데믹 시대의 현재적 미술을 말하다

 

<코로나 위장 – 움직이는 매개자 > 크로노톱 전시 전경 <코로나 위장 – 움직이는 매개자 > 크로노톱 전시 전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미술 시공간에 끼친 영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미술 시공간에 끼친 영향

“사전예약 관람제, VR 미술관, 온라인 개막식…” 코로나19는 동시대 미술계에 전에 없던 시스템과 풍경을 부단히 하고 있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미술관·갤러리가 잠시 문을 닫고 관람객 맞이를 중단한 때도 있었다. 문화 향유를 하지 못하는 시민은 물론 미술을 전문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불편과 시련이었다. 관람객과 평단을 만날 수 없는 창작자,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는 공간 운영자, 전시 운송과 설치를 주업으로 하던 자영업자 및 전시 지킴이 등 관련 인력에게 닥친 생업의 위기까지. 많은 혼란과 위기 속에서 방안을 모색하며 헤쳐나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코로나19 시대의 미술이다. “사전예약 관람제, VR 미술관, 온라인 개막식…” 코로나19는 동시대 미술계에 전에 없던 시스템과 풍경을 부단히 하고 있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미술관·갤러리가 잠시 문을 닫고 관람객 맞이를 중단한 때도 있었다. 문화 향유를 하지 못하는 시민은 물론 미술을 전문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불편과 시련이었다. 관람객과 평단을 만날 수 없는 창작자,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는 공간 운영자, 전시 운송과 설치를 주업으로 하던 자영업자 및 전시 지킴이 등 관련 인력에게 닥친 생업의 위기까지. 많은 혼란과 위기 속에서 방안을 모색하며 헤쳐나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코로나19 시대의 미술이다.

SPACE9 외관, 사진 오정은 SPACE9 외관, 사진 오정은

이러한 현실 인식과 함께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 Corona Camouflage-Mobile Connector> 전시에 주목해 보자. 중년작가인 최선의 개인전으로 문래창작촌에 위치한 신생공간 SPACE 9(스페이스나인)에서 지난 9월 3일부터 9일까지 열린 전시다. 짧은 기간 동안 그리 넓지도 않은 공간에서 개최된 이 전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존재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크로노톱 chronotope라는 웹사이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크로노토프는 스페이스9 운영자이자 이번 전시를 협력한 유은정 대표가 만든 VR 전시 플랫폼이다. 이곳 디지털 시공간을 점유하며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가 계속 전시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인식과 함께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 Corona Camouflage-Mobile Connector> 전시에 주목해 보자. 중년작가인 최선의 개인전으로 문래창작촌에 위치한 신생공간 SPACE 9(스페이스나인)에서 지난 9월 3일부터 9일까지 열린 전시다. 짧은 기간 동안 그리 넓지도 않은 공간에서 개최된 이 전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존재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크로노톱 chronotope라는 웹사이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크로노토프는 스페이스9 운영자이자 이번 전시를 협력한 유은정 대표가 만든 VR 전시 플랫폼이다. 이곳 디지털 시공간을 점유하며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가 계속 전시되고 있다.

<코로나 위장 – 움직이는 매개자 > 크로노톱 전시 전경 <코로나 위장 – 움직이는 매개자 > 크로노톱 전시 전경

크로노톱 크로노톱은 미하일 바흐틴 미하일 바흐틴이 말한 시간 chronos와 공간 topos가 결합된 개념이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시간과 공간은 내적 연관을 가진다. 우리가 3차원에 살기 때문에 시간만 혹은 공간만 따로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예술작품은 시간과 공간이 결합한 크로노토프 속에서 예술가의 영감으로 부피가 생기고 살이 붙어 현실에 실체를 드러낸다. 그 예술작품의 크로노토프는 시간축과 공간축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창조되는 것이다. 이 실체를 과거의 기억으로 남기지 않고 사이버 공간 속에서 입체적으로 구현해 놓는 것, 그래서 공간 속에서 허무하게 흩어지는 전시가 아니라 항상 새롭게 해석되고 영위되도록 하는 것, 크로노토프의 실체를 VR 카메라를 활용해 사이버 공간 위에 구축해 보려고 한다. 크로노토프 크로노톱 크로노톱은 미하일 바흐틴 미하일 바흐틴이 말한 시간 chronos와 공간 topos가 결합된 개념이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시간과 공간은 내적 연관을 가진다. 우리가 3차원에 살기 때문에 시간만 혹은 공간만 따로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예술작품은 시간과 공간이 결합한 크로노토프 속에서 예술가의 영감으로 부피가 생기고 살이 붙어 현실에 실체를 드러낸다. 그 예술작품의 크로노토프는 시간축과 공간축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창조되는 것이다. 이 실체를 과거의 기억으로 남기지 않고 사이버 공간 속에서 입체적으로 구현해 놓는 것, 그래서 공간 속에서 허무하게 흩어지는 전시가 아니라 항상 새롭게 해석되고 영위되도록 하는 것, 크로노토프의 실체를 VR 카메라를 활용해 사이버 공간 위에 구축해 보려고 한다. 크로노토프

지난 2019년 개설된 크로노토프는 이후 팬데믹 위기를 맞아 미술계가 모색한 대안적 방안으로 급부상했다. 실재를 대체하는 전시일 뿐 아니라 기성 전시 아카이브의 평면적 한계를 넘어선 방법론으로 관심과 수요가 확장되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성은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의 전시 기록은 물론 작가의 신작 매체와 문법에도 다층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최성 작가는 ‘SPACE 9’ 유은정 대표와 오은 큐레이터의 도움으로 아카이브가 생겼다고 말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출품한 7점의 VR 영상은 실제 전시장에서 헤드셋을 끼고 체험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 링크와 연동된 크로노토프 VR 환경을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금도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중 하나가 있다면 말이다. 지난 2019년 개설된 크로노토프는 이후 팬데믹 위기를 맞아 미술계가 모색한 대안적 방안으로 급부상했다. 실재를 대체하는 전시일 뿐 아니라 기성 전시 아카이브의 평면적 한계를 넘어선 방법론으로 관심과 수요가 확장되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성은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의 전시 기록은 물론 작가의 신작 매체와 문법에도 다층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최성 작가는 ‘SPACE 9’ 유은정 대표와 오은 큐레이터의 도움으로 아카이브가 생겼다고 말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출품한 7점의 VR 영상은 실제 전시장에서 헤드셋을 끼고 체험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 링크와 연동된 크로노토프 VR 환경을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금도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중 하나가 있다면 말이다.

<코로나 위장 – 움직이는 매개자 > 크로노톱 전시 전경 <코로나 위장 – 움직이는 매개자 > 크로노톱 전시 전경

우리의 현재 상태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 우리의 현재 상태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

순식간에 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사회를 멈춰버린 끔찍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아직 관성에 따라 해왔던 대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됐다. (…)막연한 예술과 예술품의 미적 경험이 실제 현실 속 경험의 감각보다 오히려 재미없게 느껴지게 되었다. 전염병이 국경의 구분 없이 퍼져 나가는 강경을 보면서 이제는 국경도 어떤 구분도 점차 무의미해지는 시대를 살아갈 것임을 예감하게 되었다. 모두가 코로나19라는 같은 경험을 하면서 비로소 모두는 우리의 현재가 과연 무엇인지 같은 출발의 물음을 갖게 됐다. 최선작가 순식간에 많은 인명을 앗아가며 사회를 멈춰버린 끔찍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아직 관성에 따라 해왔던 대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됐다. (…)막연한 예술과 예술품의 미적 경험이 실제 현실 속 경험의 감각보다 오히려 재미없게 느껴지게 되었다. 전염병이 국경의 구분 없이 퍼져 나가는 강경을 보면서 이제는 국경도 어떤 구분도 점차 무의미해지는 시대를 살아갈 것임을 예감하게 되었다. 모두가 코로나19라는 같은 경험을 하면서 비로소 모두는 우리의 현재가 과연 무엇인지 같은 출발의 물음을 갖게 됐다. 최선 작가

<코로나 위장 – 움직이는 매개자 > 크로노톱 전시 전경 <코로나 위장 – 움직이는 매개자 > 크로노톱 전시 전경

각각 5~6분 내외 길이의 영상 작업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는 신안 증도, 무장읍성, 전주 한옥마을, 서울 여의도 등 7개 지역을 차량으로 돌며 그 풍경을 VR 영상으로 재생해 보여주는 작업이다. 주변 도로 상황과 인근 풍경을 360도 촬영하는 카메라 장비를 단 자동차는 강제적 폐쇄와 단절을 겪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가장 기동성 있는 매체이자 일시적으로나마 탈출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작가로 채택된 것이다. 이 차에는 최성 작가가 그동안 보여온 독특한 패턴 무늬가 래핑돼 있다. 신작에서 이 무늬는 코로나바이러스 촉수와 합성된 형태로 군복 위장 무늬와 혼합돼 새롭게 변형됐다. 전쟁에서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고 안전을 기하기 위해 개발된 위장 패턴과 부적의 기운을 연상시키는 적색 안료가 신종 바이러스가 가져온 위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작가의 희망으로 차용돼 주술적이고 시대적인 작업으로 구현됐다. 각각 5~6분 내외 길이의 영상 작업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는 신안 증도, 무장읍성, 전주 한옥마을, 서울 여의도 등 7개 지역을 차량으로 돌며 그 풍경을 VR 영상으로 재생해 보여주는 작업이다. 주변 도로 상황과 인근 풍경을 360도 촬영하는 카메라 장비를 단 자동차는 강제적 폐쇄와 단절을 겪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가장 기동성 있는 매체이자 일시적으로나마 탈출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작가로 채택된 것이다. 이 차에는 최성 작가가 그동안 보여온 독특한 패턴 무늬가 래핑돼 있다. 신작에서 이 무늬는 코로나바이러스 촉수와 합성된 형태로 군복 위장 무늬와 혼합돼 새롭게 변형됐다. 전쟁에서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고 안전을 기하기 위해 개발된 위장 패턴과 부적의 기운을 연상시키는 적색 안료가 신종 바이러스가 가져온 위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작가의 희망으로 차용돼 주술적이고 시대적인 작업으로 구현됐다.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 SPACE9 전시 전경, 사진 오정은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 SPACE9 전시 전경, 사진 오정은

이번 전시는 이외에도 무지개 위장 필름, 텐트 천 등에 인화한 채송 작가의 실크 스크린 몇 점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함께 인고하며 버티고 있는 팬데믹의 위기에 맞선 상징이자 표상으로 시대 이슈와 결부된 미술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매개체로 나아간다. 최성 작가는 개개인의 생사가 서로 연결돼 있고 주변 사람을 믿고 지키는 것이 곧 나의 안전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작품 원본의 유일성에 천착하기보다는 복제와 확산의 성질을 띤 판화, 그리고 온라인 아카이브의 특성 또한 ‘연결’의 의미를 띤 것으로 이는 이번 전시의 주요한 개념으로 작동한다고 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외에도 무지개 위장 필름, 텐트 천 등에 인화한 채송 작가의 실크 스크린 몇 점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함께 인고하며 버티고 있는 팬데믹의 위기에 맞선 상징이자 표상으로 시대 이슈와 결부된 미술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매개체로 나아간다. 최성 작가는 개개인의 생사가 서로 연결돼 있고 주변 사람을 믿고 지키는 것이 곧 나의 안전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작품 원본의 유일성에 천착하기보다는 복제와 확산의 성질을 띤 판화, 그리고 온라인 아카이브의 특성 또한 ‘연결’의 의미를 띤 것으로 이는 이번 전시의 주요한 개념으로 작동한다고 할 것이다.

최선, 코로나 위장, 2021, 사진 오정은 최선, 코로나 위장, 2021, 사진 오정은

디지털 미술 전시 및 플랫폼 디지털 미술 전시 및 플랫폼

SPACE9, 크로노톱, 유은정 대표 SPACE9, 크로노톱, 유은정 대표

저도 작업을 하던 작가 출신으로 공간 운영 등 미술과 관련된 여러 일을 다년간 하면서 국내 전시 아카이브 플랫폼을 이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입체적인 전시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를 위해 크로노토프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작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약 240여개의 전시를 아카이브하여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유은정 크로노토프 대표 저도 작업을 하던 작가 출신으로 공간 운영 등 미술과 관련된 여러 일을 다년간 하면서 국내 전시 아카이브 플랫폼을 이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입체적인 전시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를 위해 크로노토프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작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약 240여개의 전시를 아카이브하여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유은정 크로노토프 대표

포스터 이미지 포스터 이미지

건물 지붕의 나무 골자 구조가 뚜렷이 보이는 천장과 회색 벽체로 구성된 독특한 전시장이자 복합문화공간인 스페이스9의 건축적 심미까지 담긴 크로노토프의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로 미술의 생명성과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크로노토프에는 SPACE9은 물론 서울시립미술관의 세마창고와 세마벙커, 술술센터, 문래예술공장, 전북도립미술관, 평화문화진지, 상업화랑 등 국내 전역에서 진행된 최근 전시의 모습도 생생하게 아카이브되어 있으니 함께 본다면 팬데믹 시대 우리 미술이 생존해 온 흔적을 모니터 너머로 실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오정은([email protected] ) 자료제공 | 스페이스나인 건물 지붕의 나무 골자 구조가 뚜렷이 보이는 천장과 회색 벽체로 구성된 독특한 전시장이자 복합문화공간인 SPACE9의 건축적 심미까지 담긴 크로노토프의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로 미술의 생명성과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크로노토프에는 SPACE9은 물론 서울시립미술관의 세마창고와 세마벙커, 술술센터, 문래예술공장, 전북도립미술관, 평화문화진지, 상업화랑 등 국내 전역에서 진행된 최근 전시의 모습도 생생하게 아카이브되어 있으니 함께 본다면 팬데믹 시대 우리 미술이 생존해 온 흔적을 모니터 너머로 실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오정은([email protected] ) 자료제공 | 스페이스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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